손자병법 : 싸움의 ‘신’이 되는 법


손자병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불태(不殆)’, 즉 위태롭지 않음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철저한 정보 수집과 외교를 통해 싸우기 전에 승리를 확보하는 데서 나온다.

1. 손자병법: 싸움의 ‘신’이 되는 법,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불태(不殆)’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불태(不殆)’, 즉 위태롭지 않음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철저한 정보 수집과 외교를 통해 싸우기 전에 승리를 확보하는 데서 나온다.

1.1. 손자병법의 탄생 배경과 시대적 의미

  • 약 2,500년 전, 인도에서는 석가모니,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중국에서는 공자와 노자, 장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축계 시대’가 열렸다. 
  • 특히 혼란스러운 춘추 전국 시대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난세를 극복하고자 했던 두 명의 위대한 성인이 있었다. 
    • 무너진 예를 가르쳐 난세를 극복하고자 했던 공자
    • 인류 최고의 병법서로 평가받는 손자병법을 탄생시킨 손자
  • 공자는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가족, 공동체, 나아가 천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교육을 통한 생각의 힘을 강조했다. 
  • 반면 손자는 오로지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만을 연구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현실적인 전장에서 생존을 기준으로 삼아 승리하는 것을 강조한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1.2. 손자의 본질: 싸움의 신이 아닌, 싸움을 피하는 지혜

  • 싸움의 신, 병법의 신이라 불리는 손자는 놀랍게도 창과 칼을 통한 살육 잔치를 즐기는 인물이 아니었다. 
  • 그는 그 누구보다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전쟁을 피하려 했던 인물이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여 ‘반드시 이겨놓고 싸우라’는 답을 내놓았다. 
  • 상대와 직접 부딪혀 깨뜨려 승리하는 ‘파승’을 가장 하수의 짓거리로 여기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다. 
    • 부전승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승으로 여겼다. 
    • ‘손자 천독달 통신’이라는 말처럼,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귀신의 경지에 통하게 된다고 했다. 

1.3. 손자병법의 위대함과 역사적 영향력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병법서로 평가받는 손자병법은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에게 극찬받았다. 
  • 삼국지의 조조는 자신이 연구한 어떤 병서보다 손자병법의 이치가 가장 깊다고 평했으며, 손자병법의 가치를 세상에 알린 최고의 공로자로 평가받는다. 
    • 조조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손자병법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도 있다. 
  • 의외로 서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었으며,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발달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이 있다. 
  • 전 세계 각국의 사관학교와 엘리트 교육 기관에서는 손자병법을 주요 참고 도서이자 필독서로 꼽고 있다. 
    • 미국 웨스트포인트,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등 주요 군사 교육 기관에서는 전략 전술 과목의 핵심 참고 도서로 채택하고 있다. 
    • 단순 참고 도서가 아닌, 미군의 현대 군사 교리가 손자의 사상과 가장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관 생도들이 반드시 토론하고 분석해야 하는 텍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손자병법을 가장 아끼는 애독서로 꼽았으며, 자신의 저서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손자병법의 지혜를 배우라고 언급했다. 
    • 맥아더 장군을 비롯한 많은 저명한 군사 전략가들이 손자병법을 공부했으며, 시간을 투자할 만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 미국 국제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트럼프의 손자병법과 시진핑의 손자병법의 대결로 비유하기도 한다. 
  • 한국 전쟁을 이끌었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또한 손자병법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크게 의존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 손자병법을 가장 잘 이해하고 현대 실전에 완벽하게 부활시킨 인물로는 마오쩌둥이 평가받는다. 
    • 마오는 손자병법을 거대한 현대 실전 무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증명해낸 인물로 평가받으며, 중국 학자들은 그의 군사 이론이 손자병법을 현대어로 옮긴 것이라고 말한다. 
    • 마오는 손자병법을 단순히 애독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신념이자 삶의 일부로 삼았으며, 전쟁터와 침실에서 항상 머리맡에 두고 탐독했다. 
    • 마오는 손자병법을 통해 장제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중국을 공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미국 학자들은 마오를 손자의 제자라고 표현하거나 레닌보다 손자에게 더 큰 빚을 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 마오쩌둥은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은 감히 전략가, 전술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1.4. 손자병법의 탄생: 손무의 성장 배경과 오나라에서의 만남

  • 손자병법은 춘추 전국 시대 제나라 사람인 손무에 의해 탄생했다. 
  • 손무의 집안은 대대로 병법을 연구해 온 유서 깊은 집안이었다. 
  • 손무가 나고 자란 제나라는 전설적인 전략가이자 병법의 시조로 불리는 강태공이 세운 나라로, 강태공이 남긴 군사 병법 전통이 뿌리 깊게 내려오는 곳이었다. 
    • 이 때문에 제나라는 ‘병법의 제국’, ‘병법의 성지’라고 불렸다. 
  • 바다를 끼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상업과 수산업이 발달했으며, 이러한 부를 지키기 위해 방어 군사 전력이 끊임없이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 이러한 환경 덕분에 제나라에는 각 지역의 유명 인사들과 뛰어난 지식인들이 몰려들었고, 왕들은 천하의 인재를 불러모으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 그 결과 제나라에서는 위대한 병서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 어린 손무는 이러한 특수한 환경 속에서 뛰어난 지식인들과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위대한 병법서들을 접하며 지혜와 병법의 정수를 흡수했다. 
  • 어느 날 제나라에 내란이 터져 손무는 오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시 오나라는 남방의 오랑캐에 불과한 변방 수준이었으나, 손무는 오나라의 장군 오자서를 만나게 된다. 
    • 오자서는 초나라 출신으로, 아버지와 형이 초나라 왕 평황에게 처형당해 가족을 모두 잃고 복수심을 품고 오나라로 망명했다. 
  • 오자서는 뛰어난 통찰력과 정치적 감각으로 합려를 오나라의 왕으로 만들었지만, 초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천재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 그러던 중 오자서는 제나라에서 온 싸움의 신 손무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시대를 뛰어넘는 재능과 탁월한 통찰력을 간파했다. 
  • 오자서는 합려에게 손무를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추천했고, 이 과정은 오나라 왕 합려가 타국의 떠돌이 지식인을 쉽게 믿지 못했기에 무려 일곱 번이나 거듭되었다. 
  • 오자서는 손무의 능력이 천하를 읽는 거대한 철학임을 확신했고, 이 사람이 없이는 자신의 복수도, 오나라가 천하를 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 결국 오자서의 끈질긴 간청 끝에, 손무가 망명 당시 은거하며 전쟁과 싸움의 근본 원리를 꿰뚫고 저술한 13편의 글이 합려에게 전달되었다. 
    • 합려는 손무가 작성한 13편의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이 13편의 텍스트가 바로 불멸의 병법서 손자병법이었다. 

1.5. 손자병법의 실전 검증: 오나라의 승리와 손무의 행보

  • 손자병법에 감탄한 합려는 이론은 훌륭하지만 손무의 실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 했다. 
  • 합려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국녀들을 데리고 손무에게 직접 훈련시켜 보라고 테스트를 했다. 
    •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국녀들과 후궁들은 손무의 지위에 따르지 않고 비웃기만 했다. 
  • 손무는 왕이 가장 아끼던 대장격의 후궁 두 명의 목을 국녀들 앞에서 가차 없이 베어 군기를 잡았다. 
    • 이 광경을 본 합려는 손무의 카리스마와 냉철함을 보고 그를 장군으로 임명했다. 
  • 이후 오자서와 손무는 당시 오나라의 모든 시스템을 뜯어고쳐 당대 최강의 군대로 만들었다. 
  • 손무는 무려 6년 동안 손자병법을 통해 철저하게 전쟁을 준비했다. 
    • 그는 6년간 거대한 용이었던 초나라에 피를 말리는 지속적인 교란 작전을 퍼부어 전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 손무는 초나라의 전력을 바닥까지 갉아먹은 뒤, 마침내 난방의 용이라 불리던 초나라를 공격하여 수도 영도를 함락시켰다. 
  • 자신의 손자병법으로 당시 거대 제국이었던 초나라를 무너뜨린 손무는 자신을 장군으로 등용한 합려 왕을 춘추 시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다섯 왕이라는 뜻의 춘추오패 반열에 올렸다. 
  • 오나라의 왕 합려는 자신의 안목으로 등용한 천재적인 전략가 손무 덕분에 단순히 정벌한 땅을 넓히는 것을 넘어, 변방의 약소국이었던 오나라를 중원의 주역으로 끌어올리고 최고 전성기를 열었다. 
    • 이 전성기는 합려의 아들에게까지 이어져 오나라는 패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 초나라를 무너뜨리고 합려를 춘추오패 반열에 올리는 위대한 업적을 세운 후,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손무는 스스로 물러났다. 
    •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알아보고 추천했던 오자서에게도 합려 왕은 “고생은 함께 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는 자”라 말하며 함께 물러날 것을 권유했다. 
    • 이는 손무가 가진 위대한 통찰력으로 합려 왕의 질투심과 인간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 실제로 초나라 정벌 이후 그 어떤 역사서에서도 손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는 역사 속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 이를 통해 손무는 전쟁의 신이었으나, 전쟁이 아닌 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꿰뚫고 삶의 지혜를 실천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1.6. 손자병법의 핵심: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

  • 총 13편으로 구성된 손자병법은 싸움을 위한 최고의 병법서라는 명성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피 튀기는 싸움의 기술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칼집에 칼을 넣고 기다리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 손자병법의 목차들은 대부분 상대를 파악하는 것, 즉 정보 수집을 강조하고 중점적으로 다룬다. 
  • 감정적으로 직접 부딪혀 싸우는 것을 하수들이나 하는 짓거리로 취급했던 손자는 적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거나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싸우기도 전에 무력하게 만드는 이겨놓고 싸우는 것과 자발적으로 항복하게 만드는 것을 최상책으로 여겼다. 
    • 그의 13편의 목차는 결국 승리는 칼끝이 아니라 정보에서 나온다는 것을 핵심으로 여겼다. 

1.7. 손자병법 철학의 핵심: ‘불태(不殆)’의 의미

  • 손자병법 철학의 가장 핵심은 놀랍게도 승리가 아닌 ‘불태(不殆)’였다. 
    • 불태의 뜻은 바로 위태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 대부분 손자병법하면 떠올리는 문구인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게 된다’는 것을 핵심 가치로 여겼다. 
    • 100번을 싸워 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위태롭지 않게 만드는 것이 싸움의 가장 핵심 원리임을 강조했다. 
  • 손자는 전쟁 자체를 국가의 운명이 걸린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일로 보았기에, 불태의 정신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 따라서 적이 강하면 반드시 피해야 하며, 성급하게 조급해하면 적의 계략에 휘말려 반드시 수모를 당하게 된다는 싸움을 대하는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 그의 철학에서 싸움이나 경쟁에서 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무조건 이기겠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 
    • 강자를 만났을 때는 칼집에 칼을 넣고 피할 줄 아는 현실적인 유연함과, 때로는 자신이 강하고 때로는 약하다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힘을 기르고 상대보다 강해졌을 때 비로소 칼을 빼는 것, 즉 지피지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 손자가 가장 하수로 여기고 천박하게 여겼던 것은 이기지도 못할 강한 상대에게 객기를 부리며 맞서는 것이었다. 
  • 오히려 손자는 지금 자신이 상대보다 약하다는 것을 정확히 객관화하여 무모한 싸움, 즉 위태로움을 피하고 힘과 실력을 기른 뒤, 상대에 대한 치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거쳐 적절한 때가 왔을 때 칼을 빼는 자를 진정한 고수로 여겼다. 
  • 손자의 철학에서 위태롭지 않게 만드는 것, 즉 불태를 위해 피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 오히려 객기를 부리며 맞서 싸우다 패하여 목숨을 잃는 것을 가장 부끄럽고 어리석은 것이라고 매우 강조했다. 
  • 따라서 손자병법은 현재의 자신을 차가울 정도로 객관화하고 끊임없이 관찰하는 훈련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 자신이 분노를 잘 다스리는지, 어떤 상황을 못 견디는지,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고 경쟁이나 싸움에 나가는 것은 패배를 위해 전쟁터로 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이와 같은 지피지기, 즉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훈련이 된 자는 100번을 싸우더라도 단 한 번의 위태로움도 허용하지 않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 이것이 바로 손자병법의 핵심 철학인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아니라 ‘지피지기 불태’인 것이다. 

1.8. 손자가 ‘불태’를 강조한 이유: 전쟁의 신중론과 부전승의 가치

  • 손자가 ‘불태’를 강조한 이유는 전쟁을 크게 두 가지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1. 신중론:
      • 손자에게 전쟁은 인간 사이에 있어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일이었다. 
      • 전쟁은 나라가 처한 가장 큰 일, 즉 국가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도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 전쟁은 생사지점, 즉 삶과 죽음이 갈리는 곳이자 존망지점, 즉 나라가 사느냐 망하느냐의 갈림길이므로 그 어떤 것보다 신중히 살펴야 하며,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놀랍게도 생명을 중시했던 손자는 ‘한 번 죽은 자는 절대로 다시는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 따라서 군주가 분노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것을 전쟁의 핵심 철학으로 여겼다. 
        • 분노는 가변적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기쁨으로 바뀔 수 있지만, 죽음과 파괴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가변적인 것이기에 전쟁은 절대로 분노했다는 이유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치에 부합할 때만 신중히 여기고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기에 현명한 군주는 전쟁을 경계하고 훌륭한 장수는 전쟁을 신중히 한다. 
    2. 부전승:
      • 부전승은 손자병법의 시작이자 끝이며 궁극적인 핵심이다. 
      • 13편의 모든 이론은 결국 이 부전승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풀이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손자병법에서 가장 최고로 여기고 최우선으로 여겼던 승리는 바로 적국의 상태를 온전히 보존하면서 이기는 것이었다. 
      • 불태의 정신을 강조했던 손자는 100번을 싸워 다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을 최선 중의 최선으로 여겼다. 
        • 부전승이야말로 인간의 지혜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승리를 의미한다. 
      • 손자병법은 설령 적국의 피해를 입힐지라도 최소한의 피해를 주고 승리해야 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 파괴가 아닌 보존의 승리를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차원이 아니다. 
        • 손자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전쟁의 잔혹한 살육과 배신, 복수를 목도하며 전쟁과 싸움의 본질을 간파했다. 
        • 생과 사가 오가는 잔혹한 현실에서 희생자들의 죽음은 반드시 그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분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아왔기에, 손자는 극단적인 복수심이 전쟁의 본질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 그렇기에 적을 직접 깨부수는 파승은 반드시 복수심을 일으키고, 파승으로 인한 전쟁의 승리는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더욱이 파승이 불러일으키는 복수심은 나중에 더 강한 세력들과의 연대나 자신을 모두 내려놓는 자기 파괴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복수전을 하려 한다는 것을 잔혹한 전쟁을 통해 학습했다. 
        • 손무가 자라온 춘추 시대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처절한 야육강식의 각축장이자 전쟁이 밥 먹듯 일어나는 시대였다. 
          • 이 기간 동안 기록된 전쟁 횟수만 무려 480여 회에 달했으며, 어제 이웃이 적이 되고 자식이 아비를, 제자가 스승을 죽이는 거대한 도살장과 같은 시기였다. 
        •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한 손자는 나라가 망하는 온갖 방식들을 접하며 전쟁의 본질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 
        •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이고, 복수심을 일으키지 않는 부전승을 통해서만 이겨야만 온전한 승리인 ‘전승’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따라서 부전승을 통한 전승을 얻으면 패한 나라로부터 복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기에 추후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패전국의 주요 시설, 기반, 인프라 또한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 복수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온전한 상태의 도시 확보로 인한 경제적 이익까지, 손자병법의 불태 정신은 병법을 하나의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1.9. ‘이겨놓고 싸운다’: 부전승을 위한 3단계 과정

  • 손자병법의 핵심 철학을 상징하는 부전승은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친다. 
    1. 1단계: 사전의 적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
      • 손자는 적이 어떤 전술을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철저하게 조사하고 파악하여 적이 가진 전략을 사전에 미리 작동하기도 전에 차단시키는 것을 전략 중 최상으로 여겼다. 
      • 이렇게 적의 전략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철저한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정보 수집을 통해 상대의 내부 상황, 강점과 약점,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여 우리 세력과 비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 따라서 손자는 상대에 대한 정보 수집 없이 전쟁을 그저 감정에 이끌려 칼과 창만 휘두르며 살육만 하고 있다면, 이것은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하수들의 짓이라고 규정한다. 
      • 바로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지피지기, 즉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나의 강점과 약점과 객관적으로 파악해 비교하고 불태(위태롭지 않게 만드는 것)를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2. 2단계: 외교를 이용하는 것:
      •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 즉 적국이 어떤 국가와 적대적인지, 어떤 국가와 손을 잡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한마디로 나라 차원의 인간관계, 즉 지정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 누구와 협력해야 이익이 커지고, 누구를 고립시켜야 적국의 힘이 약해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3. 3단계: 군대를 직접 움직여 적의 군대를 공략하는 전술:
      • 손자병법이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적의 군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을 가장 낮은 단계의 전략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 손자는 부전승을 위한 단계인 사전 무력화와 외교 전략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 
        • 무려 6년 동안을 투자했다. 
        •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손자는 초나라에 대해 정말 지독할 정도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정보 수집을 했다. 
        • 초나라의 내부 상황, 약점, 권력 구조, 외교 관계를 전부 다 뜯어보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면서 약점을 노출시키는 교란술과 온갖 기만술을 끊이지 않고 퍼부었다. 
      • 적에 대한 정보 파악, 나에 대한 정보 파악, 그리고 이것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지피지기를 극한의 수준까지 완성하고, 온갖 교란술과 기만술을 통해 초나라의 힘을 최대한 약하게 만든 뒤, 가장 적절한 때가 이르렀다고 느꼈을 때 마침내 손자는 6년간 넣어둔 칼을 칼집에서 꺼내어 군대를 이끌고 침략해 수도를 함락시켜 버렸다. 
        • 그는 자신이 말한 ‘이겨놓고 싸우라’를 실전에서 성공시킨 것이다. 
  • 손무가 손자병법을 통해 이런 모든 공을 세우기까지는 무려 약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 실제 전장에서 위대한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초나라를 무너뜨린 사건은 중원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손자병법의 위대함은 전국에 명성을 떨치며 손무와 그의 병법의 위상은 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1.10. 손자병법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많은 싸움과 경쟁, 갈등, 각자의 전쟁을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 누군가는 감정에 휩쓸려 성급하게 칼을 꺼내 들고, 또 누군가는 분노와 자존심에 이끌려 상대를 망가뜨리는 것 자체에 집요하게 집착하기도 한다. 
  • 하지만 싸움과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본 손자의 텍스트는 진정한 승리는 칼을 꺼내 휘두르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칼집에 칼을 넣고 있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 칼을 빼야 하는 때가 이르렀을 때까지 함부로 칼을 빼지 않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